읽었으면..하고 생각하는 책과
병윤이가 좋아하는 책이 다를 때가 많다.
그럴 때면 꼭, 병윤이가 골라오는 책 옆에
내가 원하는 책을 하나 끼워서, "이것도 읽어줄게..." 한다. ㅋㅋ
그마저도 병윤이에게 "싫어"하고 거부당하면 슬프지만......
당장은 싫어해도 언젠가는 다시 찾으니..그래도 뭐 괜찮다.
(한번은 <엄마 마중>을 사왔는데 처음엔 읽기 싫다고 책에다가 펜으로 마구 낙서를 해버렸다.
임병윤 하고 자기 이름도 아주 크게 써 놨다.....
기껏 사온 책을 거부당하니 울뻔했지만, 신기하게도 한 달 쯤 흐른 뒤 그 책을 다시 찾았다.
그러더니 지금은 병윤이가 자주 찾는 스테디 문고 중 하나가 됐다.......ㅋㅋ
당장 싫어 한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요즘 병윤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미운 아기토끼>>다.
누군가들에게 물려 받은 전집류 책 중의 하나다.
물론, 나는 그 책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뻔한 교훈성도 그렇고 앞 뒤가 맞지 않는 문장과 전개가 도드라지는 부분도 있고,
퍽 마음에 드는 책은 아니다.
그런데 그 책을 한 번에 세번이나 읽어 달랄 때가 있다.
아주 많은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등장하는 동물에 따라 목소리를 변조해서 들려줄땐...끼륵 끼륵 웃느라 정신 없고.
호랑이 구령에 맞추어 여러 동물들이 체조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자기 유치원의 풍경을 보듯 방방 뛰며 체조까지 해 보인다.
그리고 어제는 동물 친구들이 '미운 아기토끼'를 따돌리는 장면들이 끝난 후엔
"나쁜 친구들!!!"하면서 소리까지 친다.
나의 고정된 시각에 갇히어 책을 평가했으니,
병윤이가 느끼는 재미를 느끼는 어떤 요소들이 그 책 속에 있음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뭐, "'재미'있는 것이 '문학적'인 것이 아님엔 분명하다.
그렇지만, 어린이들이 느끼는 '재미'가 내가 알지 못하는 '문학적 감수성, 문학적 재미'의 비밀이
숨어 있을지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병윤이의 시각으로 그 책의 재미를 따라 읽으니..뭐 괜찮은 거다.
여러 동물들이 등장한다는 점.
그 동물들이 함께 모여 달리기를 하고,
호랑이 구령에 맞추어 준비운동을 한다는 점...등의 상상력....
요즘 아동문학에 호방한 상상력의 부족이 문제점으로 등장하고는 하는데.
그 지점에 어느 정도 부합할 만한 요소들이 분명 존재했던 거다.
언어가 만들어 내는 시각적 이미지,
그리고 그림책 속의 동물들의 그림을
즉각적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있었던 거다.
나는 그 이미지들이 만들어내는 효과에 대해 파악하고 있던 것이고.
병윤이와 나. 더 나아가 어린이와 어린이의 시각...
그 두 개의 가치를 절충할 수 있다면
아동문학을 읽는 좋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병윤이와 함께 동화읽기...
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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