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 : 어떤 핀끝

달팽이3 - 권정생


달팽이3
권정생

달팽이 마을에
전쟁이 일어났다.

아기 잃은 어머니가
보퉁이 등에 지고 허둥지둥 간다.
아기 찾아 간다.

목이 메여 소리도 안 나오고
기운이 다해 뛰지도 못하고
아기 찾아 간다.

달팽이가 지나간 뒤에
눈물자국이
길게 길게 남았다.

김환영의 <달팽이집>을 통해 용산의 '철거전쟁'을 볼 수 있다면, 권정생의 <달팽이>에선 한국전쟁을 볼 수 있다. 권정생은 전쟁을 몸으로 겪은 이다. 그의 첫 장편 동화 <<꽃님과 아기양들>>(2002년에 우리교육에서 '슬픈나막신'이라고 새롭게 고쳐져 나온 것으로 안다)은 그의 유년시절 전쟁체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장편을 써내고도 권정생은 한이 남는다 했다. 아이들이 볼 것을 생각했기에 쓰고 싶은 말 다 남기지 못함을 아쉬워했다. 김환영은 달팽이에게서 철거되고 쫓겨난 이들의 서글픈 집터를 봤다면, 권정생은 달팽이에게서 전쟁통에 아기 찾아나선 엄마를 본다. 달팽이의 느린 걸음은 "기운이 다해 뛰지도 못하"는 것이 되고, 달팽이가 지나가면서 남긴 물자국은 "눈물자국"이 된다. 권정생의 그림책 <<엄마 까투리>>에서도 산불이 난 자리에서 자식을 지키느라 자기 한 몸을 불살른 '어머니'가 등장한다. 어머니. 그는 한국전쟁에서도, 산불의 현장에서도 '어머니'를 본다. 어머니...권정생의 슬픔 한 자리에는 '어머니'가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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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재연 2009/11/18 22:05 PERM. MOD/DEL REPLY

    내 취향은 김환영보다 역시 권정생 선생인가 보다. 이 시가 더 절절하네. 3연의 '기운디'는 '기운이' 아닌가. ㅎㅎ

    마로 2009/11/18 22:09 PERM MOD/DEL

    푸허허...또 오타!! ㅋㅋㅋ
    그나저나..이 시 정말 절절해.
    특히 마지막 부분,
    달팽이 지나간 길을
    눈물 자국이라 본 그 부분,
    아마 권정생 할아버지는
    이 시 쓰며 울었을거야.

  2. 보리출판사 2009/11/19 14:16 PERM. MOD/DEL REPLY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마로 2009/11/20 00:45 PERM MOD/DEL

    아핫. 보리출판사가 블로그를 만들었네요?! ^^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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