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새벽 1시 30분.
남편이 부스럭 거리고 돌아다니는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다.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을 앞두고 잠이 오지 않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이벤트.축제계에 복귀하여 첫 작품을 가볍게 통과시키더니 더 욕심이 난 모양이다.
발표 요약지를 보고 또 보고, 나도 함께 읽어 보고, 코멘트도 해 주었는데,
아직도 고칠 것이 많이 남아 있었나 보다.
일어나서 나가보니, 작은 방안에서 형광등 불빛이 새어나온다.
TV 소리가 아니라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난다. 근래에 참 낯선 일이다. 하하...
나는 다시 조용히 침대 위로 기어 올라와 누웠다.
눈만 말똥말똥 뜨고 깜깜한 밖을 내다 보았다.
어둠 속에 강렬한 빛.
하얗고 동그란 달이 하늘 끝에 걸려 있었다.
그 빛에 몸을 감고 있는 듯..... 꿈결 속 같은 아스라한 기분에 잠겨 눈을 감았다 떴다.
그 사이 달이 보이지 않는다.
하얀 구름 속에 가려져 버렸다.
순식간에 이럴 수가.
강렬한 빛이 없는 하늘을 보고 아쉬워 하고 있을 때,
또 금새 하얀 구름에서 벗어난 달이 활짝 피었다.
모든 것이 오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다.
단편소설 같은 달.
그렇게 달에 흠뻑 취해 있자니,
바깥에서 커다란 목소리로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
사오십대 중년 남성들의 괴성 같은 고함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몸이 상상될 정도로 꼬부라진 말들이 툭툭 튀어 나온다.
고층 아파트의 9층에 살고 있으니, 대화 내용이 잘 들리지는 않는다.
그저 괴성, 고함, 비틀거리는듯한 목소리만 짐작할 수밖에.
달빛은 아름다운 상상을 하게 해 주지만.
세상 속 일들은 참 우툴두툴한 두꺼비의 살결같은 법이다.
이제 어쩌면, 내 과제는 하얀 달이 주는 아름다운 상상을 내려 놓고,
그 굴곡많은 껍질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손을 들어 달을 잠시 손에 쥐었다.
놓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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