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둘 수는 없잖을까

경찰청이 안보만화 <지용이의 시간여행>을 만들어 초등학교에 배포했다. SF, 판타지라고 하는 첨단 장르를 도입하여 그럴싸한 제목의 안보만화를 만들어 냈다. 노골적인 제목의 반공만화보다 더 치밀하고도 비열하다. 이런 책을 만드는데 총 예산이 9천만원 들었다고 한다.
뉴스를 통해 보니 이 만화책은 국가보안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느니, 적화통일을 해서는 안 된다느니 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책을 읽어 본 한 아이는 "북한이 불쌍해요"라고 말한다. 1980년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삐라를 주워오면 공책 한권을 선물로 주던 그 때가 떠오른다. 상을 '수상하다'와 간첩이 '수상하다'의 차이도 모르고, 그저 '수상하다'고 하면 겁이나서 벌벌떨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그나마 이 책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요구 세력은 친북단체라고 하는 내용을 뺐다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 숨은 돌리게 된다.
아이들의 '독물'에 관심을 두고 있는 나로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어린이에게 안보의식을 심어 주겠다고 하는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어 <지용이의 시간여행>이라고 하는, 언뜻 보면 굉장히 자유로운 제목이지만, 세기어 보면 굉장히 편협하고도 왜곡된 거짓으로 가득 찬 세계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한권이 나왔다. 그것도 '경찰청'이라고 하는 공공의 힘을 이용해 모든 아이들에게 읽히도록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더 소름끼친다.
절대로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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